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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들/재미있는 소설들

염소가 웃는 순간

이번 라스베가스 여행을 갈 때 심심하면 보려고 가져간 소설이 "염소가 웃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COVID-19 때문에 밖으로 돌아다닐 일 없이 호캉스를 즐길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찬호께이는 내가 좋아하는 추리 소설 작가들 중 한 명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13·67"인데, 찬호께이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은 것이 이 책을 통해서였다. 단숨에 이 책을 다 읽었을 정도로 필력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주로 일본 추리 소설 작가들의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는데"라는 느낌이 들었던 작가는 아시아권에서는 이 작가가 아직까지 유일하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염소사 웃는 순간")

이 책은 홍콩 문화대학의 기숙사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7대 괴담들을 모티브로 구성되어 있어, 언듯 보면 공포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괴담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여기저기 뿌려져 있던 복선들을 회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추리소설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찬호께이가 쓴 이전 소설들에 비해 약간 가벼운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사회문제를 드러내는 형식이 많았으니까, 재미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자가 괴담의 실체를 파악하는 순간 결론 부분을 너무 쉽게 유추할 수 있게 되어 맥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 후반 부분을 제외하고 초중반까지는 꽤 괜찮았다고 보는데, 이런 괴담의 형식을 띠게 되면 이런 결말 외에는 별로 쓸게 없었겠지 싶지만도, 작가가 찬호께이였기 때문에 좀 더 기대했었는데 아쉽다. 사실 나는 호러 무비 마니아는 아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공포영화들을 거의 다 봤기 때문에, (최소한 넷플릭스에 있는 공포영화들은 모두 다 보았다) 더 유추하기가 쉬웠을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일본 추리소설들이 주는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이야기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이 책의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동영상으로 잘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그것을 링크했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권해본다.

(클리셰도 호러도 찬호께이가 쓰면 다르다! "염소가 웃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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