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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들/재미있는 소설들

방과 후

"방과 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이다. 그는 이 소설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여고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소설로 이 학교의 수학교사인 마에시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마에시마는 대학 시절 경험을 살려 교내 양궁부 고문을 맡고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는 방과 후 교실 건물 옆을 걷고 있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위를 쳐다보니 위쪽에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니 화분 하나가 떨어져 박살이 나 있다. 만약 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자신의 머리가 화분 대신 박살이 났을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공포에 휩싸이고 만다. 이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린 세 번째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흘 전 아침에는 지하철역에서 누군가 그를 밀쳐 열차에 치일 뻔했고, 어제 저녁에는 학교 샤워실에서 누군가 놓아둔 전기 플러그 때문에 감전사를 당해 죽을 뻔했다. 학교 교장에서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도 해보았지만, 묵살 당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교내 탈의실에서 학생지도부 교사가 청산가리로 살해되자, 그는 오타니 형사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그러던 중 학교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체육제가 있던 날 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아직 이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체육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피에로로 분장한 체육교사 다케이가 살해된 것이다. 다케이의 사인 역시 청산가리 중독이다. 그런데 다케이가 맡은 피에로는 원래 마에시마의 역할이었다. 마에시마는 다케이가 자기 대신 죽었다고 생각하며 극도의 공포에 빠지고 만다. 범인은...

이 책은 여고생들의 특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감정을 탄탄한 복선과 트릭 안에 담아낸 학원 미스터리의 걸작이라고 출판 서평에 나와있다. 확실히 여고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인 만큼 여학생들의 심리가 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을 이룬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여고생들은 내가 그 시절에 가졌던 감정들과는 너무나도 거리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여고생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나도 과장된 여학생들에 대한 심리 설정은 이 모든 살인사건으로 연결되는데, 이 시발점인 살인 동기가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 때문인지 나에게는 너무나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의 결말도 정말 아쉽다 못해 한심하다. 차라리 그 마지막 파트는 없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작가가 왜 그런 생뚱맞은 결말을 쓴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뭔가 허탈하다는... 그래도 세간에는 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인지라 읽어본 사람으로서 솔직한 리뷰를 써 보았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추천할 만한 추리소설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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