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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들/재미있는 소설들

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가 쓴 소설로 한스미디어에서 2016년에 출판되었다. 나는 이 책을 출판되자마자 사서 읽고,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다시 한번 읽었다. 책의 분량이 적은 편이라 한 번에 완독 하기 쉽다. 사실 이 책 보다 먼저 "13.67"을 읽고, 찬호께이라는 작가가 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낀 바 있어, 이 책도 구입하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 나온 이 책의 소개를 읽어보면, 2011년 대만에서 "13.67"보다 3년 전에 발표되었고, 이 작품으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 소설상을 받았다고 한다. 찬호께이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중국문화권 출신의 추리 소설 작가로서, 정확히는 홍콩 출신인데, 소설의 배경에서 그의 출신지가 잘 드러나는 편이다.

이 이야기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1인칭 화자로 진행되는 주선율의 이야기는 사실상 하루에 벌어지는 일이고, 각 장 뒤에 ‘단락’이라는 이름으로 과거 어느 시간의 이야기가 짧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한다. 주선율 이야기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나’는 어느 날 아침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깨어난 후 지난 6년간의 기억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2003년 둥청아파트에서 벌어진 부부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2009년이고 범인(용의자)은 경찰에 쫓기다 교통사고를 내고 사망했으며 현재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현재 밝혀진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진범을 밝히기 위해 종일 고군분투하는데……."라고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쓰인 것을 발췌했다. 

내가 온라인 서점에서 줄거리를 발췌하는 이유는 내가 요약해서 써 버리면 결론까지 흘러가서 앞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두 번 읽어본 감상으로는 이 책은 전형적인(혹은 클래식한) 추리소설들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추리소설의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추리소설에 입문해 보고 싶거나, 너무 심각하고 복잡한 내용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초반에 뿌려진 단서들이 복잡하거나 얽혀 있지 않아서, 누구나 뒤쪽의 결론을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 혹자들은 그냥 그렇다라거나 뒷심이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허무하게 재미없다 그런 느낌보다 좀 추리과정이 쉬웠네 라는 정도의 평가를 개인적으로 내리고 싶다. 시중에 일본 추리 소설 작가의 책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뭔가 색다른 관점의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면, 가볍게 추리 소설을 한 권 읽고 싶다면 이 책 "기억나지 않음, 형사"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소장중인 '기억나지 않음, 형사')

책을 자세히 보면 영문으로 "The Man Who Sold the World"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David Bowie라는 유명한 아티스트가 부른 곡이다. 왜 찬호께이가 그 노래 제목을 여기에 부제로 가져다 썼을까 하고 궁금했는데, 이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이 노래를 찾아서 들어보면, 책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게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가 이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책을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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