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아들내미를 픽업하고 주차장에서 아파트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야생버섯을 발견했다. 요즘 비는 안 왔지만 아침에 많이 흐렸었는데, 그래서 버섯이 나올 수 있었나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샌프란시스코는 안개가 한 번 발생하면 1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안갯속에 오래 서 있으면 옷이 젖어버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발견자는 아들내미로 예전부터 이런 작은 것들을 잘 찾아내곤 했다.
한때는 아들내미와 둘이서 달팽이 구조대도 했었다. 이 곳은 비가 오면 아파트 입구에 있는 꽃밭에서 달팽이가 많이 나와서 기어 다녔었는데, 이런 날 사람들이 바닥을 보지 않고 막 걸어 다녀서 자세히 살펴보면 달팽이 시체들이 즐비했었다. 그래서 둘이서 살아 있는 달팽이를 주워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꽃밭 안쪽에 놓아두는 것이다. 그때 아들내미가 어른들은 이게 왜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는데,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한번 의식하면 나처럼 비 온 뒤에 꼭 확인하게 되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그냥 무신경하게 작은 생물체를 밟고 지나칠 수 있는 게 어른들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들내미가 말해주기 전까지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왠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었다.
아들내미와 둘이서 버섯을 관찰하고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이런 것들이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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